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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인간의 지구 정복사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두 가지의 커다란 발견, 우선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호모 사피엔스 이런 식의 순서대로 인류는 단 하나의 종이 진화한 것이라 생각해 왔다. 저자가 지적한대로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이다. 인류는 호모(인간)속 최소 6종이 서로 혼재되어 멸종되기도, 공생하기도 하며 현재 호모 사피엔스 종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1만여년 전 농업혁명을 기반으로 우리는 인류 4대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 인류의 자랑스러운 대업으로 거의 찬양되다시피 한 역사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러나 저자는 농업혁명시기가 수렵채집시기보다 오히려 불운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라고까지 말한다. 농업혁명은 생물학적, 사회학적 불평등을 낳았다. 곡물위주 섭취는 영양학적으로 부실했고, 잉여생산물로 인하여 인구폭발과 함께 엘리트 체제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생물학적 진화로 본 문화인류역사서라 부를 수 있다. 누군가 세계사를 읽기전 먼저 읽히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600여 페이지의 결코 두께가 만만치 않지만 쉽게 읽힌다. 그러나 내용은 두께만큼 넓고 깊다. 미시적 관점에서 역사의 장면을 보는 대신 거시적 관점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사회적 진화의 과정을 전개한다. 저자가 일련의 역사 흐름 속에서 일관성 있게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그래서 인간은 행복해졌는가, 더 나아졌는가이다.

 

국가, 도덕, 종교, 신념 등 인간을 특정할 수 있는 이러한 원리들은 순전히 우리의 상상적 허구이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 된 우리는 이 상상적 개념덕분에 오늘날 집단을 이루며 지구의 패권자가 되었다. 저자의 주장은 신선하며 충격적이다. 세계사의 큰 줄기를 이해시켜 주는 동시에 당연시 했던 개념들을 숙고하게 만든다. 역사, 인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존 관념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가 중시하는 국가, 민족, 문화에 대한 개념, 제국주의에 대한 관점, 동물복지차원의 윤리문제 등.

 

광우병이 발생할때마다 뉴스를 통해 살처분되는 동물들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평소 생각지 못했던 우유생산, 동물새끼요리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우리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자책감과 함께 먹거리 소비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대한 몇몇 옹호적 발언 등은 설득력있는 논리에도 불구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우리 입장에서는 영국제국의 지배로 인도에 민주주의, 사법제도 등 진보를 가져왔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전 어느때보다 물리적, 경제적 여건은 나아졌지만 우리는 만족스러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과거 수렵채집 조상들과 비교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까지 우리의 문명진보 과정은 무의미한 것인가? 생존의 안전, 생리학적 안정을 넘어 영생을 추구하는 우리는 그 무엇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인간이 이동함에 따라 그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많은 동물 종들을 멸종시켜 왔다. 우리의 행복에는 경제적 여유, 건강의 개인적 요소 외 가족, 공동체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행복은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기대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해 결정된다.’(540) 저자의 이 말에 우리가 수긍한다면 인간의 탐욕만을 위한 자연의 이용, 동물의 번식과 복지 등 범 지구공동체의 상호 권리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