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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읽다.

현대물리학 미시의 세계에서 우주의 도를 찾다.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 프리초프 카프라

 

객관적이고도 명징한 학문. 논리와 철저한 근거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학문 그러한 것이 나에게는 과학이다. 어릴때부터 과학의 중요성을 익히 들어왔고 배워왔지만 수학과 함께 나 같은 범인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분야인 것이 사실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통해 과학(천문학)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특별할 것 없는 생명의 평등함를 알게 되었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읽으며 다소 오만하게 보였던 과학의 겸손함을, 대척점에 위치해 있을 것 같은 동양의 종교사상에 대해 선명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불, , 공기, , 하늘 및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물체의 힘과 작용을 판명하게 앎으로써 장인처럼 이 모든 것을 적절한 곳에 사용하고, 그래서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된다는 것이다.데카르트는 근대의 시작을 알리게 된 <방법서설>을 통하여 근대과학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였다. 뉴튼으로 꽃을 피운 고전 물리는 현대문명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카프라는 늦여름 어느 오후 해변에 앉아 만물의 유동 원자, 분자의 부단한 상호작용으로 인한 거대한 우주적 춤을 추고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감격에 겨워 이 책을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자연의 소유에서 자연과의 조화로의 지향점은 고전물리에서 현대물리학의 변화이다.

 

저자는 책을 읽어가면서 독자들이 물리학에 대한 이해는 높아가겠지만 그와 비등하게 동양의 신비주의에 대한 이해는 더딜것이라고 얘기한다. 아마도 서구의 독자들을 향한 말이리라. 아시아인으로서의 나에게는 잘 알지는 못하면서도 익숙한 힌두교, ..,선 등 동양의 종교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모호하기만 하던 사상의 핵심이 서구 과학자의 논리적 해석으로 말 그대로 신비주의로 덮혀있던 장막을 걷어올려 확실한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더불어 현대물리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

 

모든 물질은 분자로 원자로 구성되어있고 그것이 뭔가 단단한 입자일 것이고 절대적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를 설명하는 것이 고전물리의 입장이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현대물리학은 질량은 에너지의 한 형태일 뿐이며 근본적인 물질은 입자이자 파동이면서 시.공간은 뒤틀려 있다는 입장이다. 관찰자가 관찰하는 순간 그 대상은 변화하고 만물은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존재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눈에 보이는 현상은 인연(因緣)에 따라 끊임없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것이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 그대로인 것이다.

 

모든 사물의 전일성(全一性)과 상호연관성을 강조하는 동양적 신비주의와 현대물리학은 유사하다. 명징하고 논리적으로 완벽하게만 보이던 과학이 관념적으로 흐른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카프라는 사물의 본질적인 속성이 지성으로 분석될 때마다 그것은 불합리하거나 역설적인 것으로 보이게 마련이다.’라고 말한다. 이성복 시인은 삶은 죽음으로부터의 끝없는 도피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이 삶은 카프라가 말한대로 매순간 원소들의 원자와 내 신체의 원자들이 에너지의 우주적 춤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과 다양한 햇빛의 향연과 한점의 바람. 이 계절은 그 우주적 춤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아닐까.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고 김용택 시인이 권하듯 쏟아지는 광자(光子)들의 산란에 내 몸을 맡겨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