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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질투는 나의 힘이 되고자 하지만..

  오늘은 예상과 달리 민여사를 포함 세 사람만이 모임에 참석했다.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서 처음으로 낭독을 해 보았다.  한 챕터당 서너페이지로 한 사람이 소리내어 읽기 적당한 분량이다.  초등학교 이후로 소리내어 읽어본 적이 몇 번이나 되던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소리내어 읽을 때는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 글자를 따라 가기 바쁘다.  집중해서 읽을 때 소리없이 눈으로 반복해서 읽는 이유이다.  아이가 있고 책 읽어주는 봉사도 하고 있다는 회원분이 먼저 읽기 시작했다.  글쓴이가 독자에게 읽어주듯 문장마다의 장단과 고저가 살아있다.  다른 이의 목소리를 통해서 귀로 듣고 글자를 따라가면서 눈으로 읽으며 문장의 이면을 다시 보게 된다.  낭독이 끝난 후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회원이 디제이 해도 되겠다며 목소리 좋다고 연신 칭찬이다.  민여사도 역시 아이들에게 읽어준 경력이 어김없이 배어 나왔다고 거들었다.  스피노자의 욕망에 관한 부분이었다.  근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데카르트의 정신과 신체를 분리한 이원론에 비교해서 '나는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욕망의 긍정을 이야기한다.  그 다음을 역시 아이가 있지만 소녀같은 모습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회원이 읽어내려간다.  낮지만 발음이 정확하고 편한 목소리다.  역시 끝난 후 민여사도 먼저 낭독했던 회원도 엄지척을 치켜든다.   마지막으로 민여사의 차례다.  가을이 되니 안구건조증도 심해지고 입도 마른다.  아무튼 읽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그녀가 듣기에도 발음이 불분명하고 엉키는 듯 잘 읽혀지지 않는다.  역시 아이가 없으고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이 없는 민여사는 낭독기술이 젬병이다.  낭독을 마친 후 겸연쩍어 얼른 챕터 마지막 글쓴이의 질문으로 대화를 이끈다.  '그래도 그렇치. 어쩜 인사말으로라도 '역시 좋은데요.  느낌 있어요.' 등 그냥 하는 인사말도 없다니.  내가 그렇게 엉망으로 읽었단 말인가'  민여사는 서운한 감정이 올라온다.  서운함을 가리고 책 내용에 빠져 이야기는 나무줄기를 타 올라가듯 끝간데 모르고 이어졌다.


  '내 집에 가서 소리 내 읽기 연습을 하리라.  낭독이 쉽지 않음을.  평소에 대화를 나눌때의 나의 목소리는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는가?라는 물음부터 그러나 종내는 그래도 그렇지.  으례 하는 칭찬도 없다니. 흥 섭섭해.'라는 뇌까림을 중얼거리게 된다.  역시 작년에 자작글 낭독에서 다른 이들은 내용에 대해 언급했는데 나는 목소리 좋다는 얘기만을 들었는데 그냥 빈말이었네.'  지난 일까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질투는 나의 힘으로 만들어야겠다.  스피노자의 욕망을 생각하며 질투를 삶의 의욕으로 치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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