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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팬텀싱어2를 보며,

  요즘 팬텀싱어2를 즐겨보고 있다.   1등 아니면 루저가 되는 잔인한 룰이 존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하나의 스포츠가 그러하듯 인생의 압축을 보여주는 면이 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을 알리는 독창후 매 라운드 2중창, 3중창 미션이 주어지고  마지막 4중창의 팬텀싱어가 탄생한다.  거기에는 매회 새로운 만남과 이별이. 새로운 도전과 좌절이 있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경연프로그램으로써만이 아닌 드라마를 보며 감정이입을 한다.  최종 4중창의 하모니가 목표이기에 나 혼자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곡과 환경, 사람들과의 관계에 얼마나 잘 스며드는가가 중요하다. 


  살면서 가족과 친구, 이웃들로 부터 잠시 헤어지고 죽을만큼 사랑했어도 사소한 이유로 이별을 경험한다.  한 사람의 존재가 영원히 사라지는 그런 이별도 우리는 경험한다.  그때마다 슬픔과 좌절.  다시 시작하는 힘겨운 관문이 있다.  매 라운드 참가자들은 2~3주 인생의 몇번 경험하지 못할 최대치의 연습량을 동료들과 함께 하며 혼연일체의 감정을 맛본다.  룰에 의해 1등이 아니면 누군가는 탈락자가 되어 그들을 떠난다.  이별의 상황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국면을 받아들여야 한다. 


  항복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나의 자존심을 희생하고 우월의식을 버려라.  진화는 일어나고 있다.  부활은 가능하다.  테드의 강연자 케이트 애덤스는 TV드라마로부터의 4가지 교훈이라는 강연에서 주장했다.  한 심사의원이 말했듯이 "약체로 꼽히는 팀이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는" 신화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종종 일어난다.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자는 우월의식을 버리고 팀 속에 녹아나야 한다.  매회 거듭되며 참가자들의 실력은 더욱 향상되고 하모니는 극강의 아름다움으로 나아간다.  3개월여를 시청하며 우리는 그 안에서 인생의 단맛, 쓴맛을 압축적으로 경험한다.  90여분의 축구경기에서, 9회말 짜릿한 역전홈런의 기쁨을 야구에서, 4전5기의 투지를 권투에서 경험한다.  삶이 응축된 드라마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지만, 대부부의 우리삶은 그다지 변화없는 삶, 지루하거나 고통스럽거나 한 지점에서 그 중간이다.  사회구조가 불합리하고 노력한다고 그 열매가 반드시 달지는 않을지라도 우리 각자는 삶의 오디션에서 즐겨야 한다.  승리를 1등을 목표로 하지만,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팀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그냥 실패한다.  최대치의 노력으로 나 자신을 극대화하고 양보와 타협으로 서로를 지지해주어야 한다.  쉽게 할 수 있는 자신있는 레퍼토리는 안정적이지만 재미와 완벽한 성취감, 승리를 줄 수는 없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새로운 도전은 끊임없는 고민과 연습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안하는 이만 못할 수 도 있다. 


  가을방학같은 추석연휴.  시댁식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작가수업을 하노라고 선언해 버렸다.  이제 나 혼자만의 끄적거림이 아닌 하나의 일로서 자리매김해 버렸다.   글쓰기 오디션에 나 스스로 들어왔다.  연출 감독, 연기, 연습 모두 1인극이다.  단 몇주, 몇개월로 끝나지 않을 지루하기도 할 여정이다.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서 슬로우 비디오를 찍듯 삶의 주체로서 내 자신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