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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너와 나의 관계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일요일 한낮의 한가함을 즐기고 있을 시간이다.  제부와의 풀리지 않는 관계의 고민으로 답답함에 전화한 것이다.  밥벌이와 가장으로서의 무게로 가정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동안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관계에 대한 얘기이다.  글쎄 내가 상담자로서 무슨 도움이 될까만은 조용히 듣다가 한 마디씩 할 뿐이다. 


 작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는 말에 지금 이 순간도 내년에는  그래도 괜찮았다 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몇번의 노력이 있었지만 실망만, 더욱 감정만 나빠졌다는 말에 내가 여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이러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으니 화를 키우게 되는 것이라고.  이제는 그냥 이대로 서로 무관심으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른집이라고 별난 거 없더라는 말에 괜찮다고 게속 뇌까리는 것이 괜찮지 않다는 증거라고.  과거를 돌이켜보면 무엇을 한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다고,  포기할 때 나가 떨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행한 것에는 다음에 미련이 없다고. 


  30여분 통화 후 내가 한 말들을 곱씹어 보게 된다.  나는 과연 내가 한 말들이 나의 행동에서 나온 말들인가 그렇다 말 할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이랍시고 말 해주기는 쉽다.  밤새 기침으로 잠을 설쳤다.  만성질환을 겪으며 나에 대한 연민에 빠져 우울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일종의 겁쟁이가 되어 시도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진 것 같다.  자연히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정성을 쏟아야 하는 타인과의 관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와 교감을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정성을 들이는 일.  그런데 그 정성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결과가 같을 수가 없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이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무시하거나 개선하려 노력하지만 나는 나를 바꾸려 나름의 힘든 작업을 하는데 내가 바라보는 상대방의 모습이 성에 안찰때 갈등이 생긴다.   "너와 나 사이에는 섬이 하나 있고, 너의 고통이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는 이성복 시인의 말이 진정으로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