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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일단 멈춘 책방 일지

   한차례 떠들석하게 책방을 채웠던 손님들이 한 무더기의 책들과 떠난 오후.  따사로운 햇빛은 한쪽 통유리창으로 스며들고 책방문앞 주인의 배려로 한끼를 해결한 고양이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책방주인은 조용히 제법 넓인 테이블에서  책을 읽으며, 메모를 하며 모처럼의 한가함을 만끽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다섯시간의 노동으로 직장에서 받던 월급정도는 벌고 있다.  이상적인 책방의 모습. 책방지기의 삶이 아닌가.  인문학의 위기라며 동네책방들이 문을 닫는 일들이 늘어나는 때에 오히려 개성있는 동네책방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냈다. 책을 읽지 않는 이들에게도  YOLO(You only live once)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꽤나 멋진 일인 것 같은 분위기에 책방주인은 매력적인 직업이다. 


   밤낮없이 직장상사의 메세지에 퇴근후에도 일의 연장에 지치고,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원하는 글을 쓰는 삶을 꿈꾸던 20대 후반의 청춘이 여행전문서점을 차렸다.  주위의 우려와 부러움속에서 남자친구와 셀프인테리어를 직접 해가며 많은 실수들 속에서 '일단멈춤'이라는 여행책방은 자리를 잡아갔다.  나도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바람만 갖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기회를 잃었고 책방의 폐업소식을 책방주인의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2년여 책방운영의 과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들의 모음이다.  어쩌면 실패담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책의 효용은 막연하게 예쁜 책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미리보기 같은 역할에 있을 것 같다.  한정된 예산속에서 비교적 저렴하고도 접근용이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위치를 찾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꿈을 꾸는 듯한 설렘 속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이 많아지고 SNS를 통해 좋아요가 홍수를 이뤄도 정작 매출은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많다.  책방이라는 이지적이고 윤리적인 이미지 탓일까.  뜻하지 않게 방문자들의 사연을 듣고 상담을 해 주게 되는 상황들도 발생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는 에너지가 필요한 법.  매출과는 상관이 없는 에너지 소실이 일어나는 것이다.  동네책방이기 때문인지 지역발전에 한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요구에 시간과 정력을 바친다.  보람도 느끼지만 실제 손님들의 다수는 지역주민들보다는 외부인들이다.  홀로 운영하다 보니 책의 입고부터 정리, 식사와 배변의 어려움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만으로 수익의 한계가 있어 북콘서트나 글쓰기 등 기획 프로그램등을 운영하다 보니 몸도 정신도 지치고 결과적으로는 경제력과는 거리가 먼 허울좋은 잘 나가는 책방 사장이 되어 있다.  이 외에도 가게앞의 막무가내 주차 실랑이, 이웃들과의 에피소드가 책방도 역시 쉽지 않은 자영업이라는 사실들을 상기시킨다.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일단 멈춤이라는 여행 책방을 멈추었지만 그것은 일단 멈춤일 것이다.  누구나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곳을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찬찬히 2년여 책방지기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지은이의 글을 다른 변주로 또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