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에서 해외 작가들이 어릴적 동네서점의 추억을 소중한 경험으로 이야기하는 글을 보곤 합니다. 정겹고 꽤 로맨틱한 감성도 느낍니다. 거대기업의 진출로 골목상권의 위기속에서 동네빵집과 더불어 동네서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사실 저는 동네서점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정겨움, 아련함은 없습니다. 각종 참고서와 자기계발서들 양념처럼 약간의 인문서적들이 쌓여있던 그 곳에서는 책을 사지않고 둘러보는 어린학생을 그리 반갑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주인장의 개성에 따라 특화된 서점 혹은 북까페들이 늘고 있습니다.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지역에 분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죠. 홍대부근이 그 대표적인 곳입니다.
뜨거운 햇살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의 향기를 느끼며 홍대 부근의 개성있는 까페를 찾았습니다. 디자인 전문서적이 빼곡한 북까페입니다. 반지하층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고 2, 3층이 북까페입니다. 디자인 책들답게 표지색깔이 다채롭습니다. 느긋한 일요일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편합니다. 별도의 세미나실도 있어서 독서모임에 좋은 환경입니다. 홍대부근 합정동, 상수동을 비롯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지역에서는 2, 3층의 낡은 주택들이 개성있는 상업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죠. 정글북도 기존 주택을 개조한 것이 구조에서 알 수 있습니다. 거실의 용도였을 2층 넓은 창으로 옆 건물 입구 주홍빛을 머금은 능소화의 덩굴이 보입니다. 과거 양반규수집에서만 키울 수 있었다던 능소화는 뜨거운 여름의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또는 주위 나무들을 타고 올라 상큼한 주홍의 바다를 이룹니다. 생명력에서나 고운 빛깔에서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입니다.
대로에서 주택가쪽(이미 상업지역이지만)에 위치하고 있어 옆건물 옥상까페의 모습과 더불어 골목의 정취를 느낍니다. 골목입구 게스트 하우스에서 금발의 아가씨가 한손에 책을 들고 일광욕하는 포즈가 인상적이어서일까요. 커피한잔과 함께 책을 읽다 그림을 그리다 창밖 능소화를 바라보다 홍대의 번잡스러움은 멀리 시간이 흐르는 듯 멈춘 듯, 해도 지지 않고 영원의 시간이 지속될 것만 같습니다. 디자인 책들의 특성상 그림과 사진이 많은 책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딱히 디자인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책장의 책들을 흥미롭게 쭈욱 훑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7, 8월 여름휴가의 시기입니다. 다음에는 여행책 전문서점에 들러봐야겠습니다. ~~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이랄수 없는.. 그래도 괜찮은. (0) | 2017.08.10 |
---|---|
사촌 결혼식 참석겸 부산 여행 (0) | 2017.05.22 |
책방단상 - 최인아 책방 (0) | 2016.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