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 삶이지만 오늘도 산뜻하게..
민여사의 오늘 아침은 산뜻한 출발이다. 오랜만에 시원한 배변을 한 덕분이다. 가래떡처럼 쭈욱 미끄러지며 또아리를 튼 변을 보니 그녀는 뿌듯하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식후 키위를 한두개씩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도 하는데 그녀의 배변은 늘 좀 개운치 않다. 그래서 아침의 화장실에서의 매끄러움은 오늘의 운세를 점치는 듯 기분 좋게 나아갈 수 있다.
지난 4월 상공막염으로 시작해 포도막염에 유행성 결막염까지 심하게 앓았던 걸까 그녀는 각막의 혼탁으로 또 다시 안과치료를 받고 있다. 만성질환이 있는 몸은 무엇이든 언제든 또 다른 문제점들을 늘 야기하는 모양이다. 이틀전부터 하지정맥류때문에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고 있다. 진득하니 한자리에 오래 붙어 있지도 못해 독서라 해도 강직성 척추염을 갖고 있는 몸으로 자주 움직여 줘야 하는 만큼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하지정맥류까지. 노화와 더불어 가지가지 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앉아 있다 일어설때면 자연스럽게 걷지 못하고 절룩거리게 되는 모양은 80대 아버지와 비슷하다.
정기적으로 맞는 주사치료덕에 염증수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또 별 어려움 없이 활동할 수 있으니 지금의 생활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밝은 면보다 그늘 진 면을 주목하다 보면 회색빛은 더욱 커질 것이고 그녀의 맘까지 회색일 것. 가을장마라 하나. 한바탕 폭우에 피해없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혹서로 잊이 못할 18년의 여름을 보내며 창가로 스며드는 아침 바람이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