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여행이랄수 없는.. 그래도 괜찮은.

줌마시민 2017. 8. 10. 14:26

 




     수술 후 이번 여름엔 꼭 멋진 여행을 하리라 맘을 먹고 호주 자유여행을 계획했다.  성수기라 너무 비싼 항공료, 경제 안 좋다는데 굳이 최대 인파가 모였다는 공항 인파 대열에 합류해야 하나.  빼곡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질식해버릴 것 같았다.  2008년 북유럽여행 후 서울 도착하자마자 입원했던 경험.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이후 합병증과 함께 악화와 약화를 반복하면서 집을 떠나는 것을 무서워 했다.  결국 이리 저리 결정장애의 시간을 보낸 후 서울 유명호텔 패키지를 예약했다.  4박5일 숙박과 조식의 간단한 패키지.  신랑도 시원한 객실에서 <사피엔스>와 <코스모스>를 읽어보겠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최고급형 원룸이라 할 수 있는 호텔에 서 보낸다는 것이 답답할 수 있었지만 자연환경 좋은 의왕으로 이사온지 3년.  서울에 머물며 핫플레이스들을 하루걸러 여유롭게 방문해보자 하였다.


  삶이 언제 뜻대로만 되더냐.  신랑에게 연달아 걸려오는 업무상 전화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노트북을 켜고 본격적으로 일을 한다.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12층 시티뷰 룸으로 옮겨 2박만 하기로 하였다.  남산 아래로의 서울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외세 침입이 이유도 있겠지만 옛날 성이나 신전들이 왜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정상에 있었는지 새삼 알겠다.  전경을 스케치한다.  점심을 스테이크로 먹었는데도 뭔가 허전하다.  비싸지만 1층 델리에서 에크 타르트와 크로와상 등을 사 와 객실에서 커피와 함께 먹었다.  날씨도 맑아서 스카이 라운지에 와 있는 듯 기분이 좋다.  저녁은 경리단길 한식으로.  서울로 7017은 밤에 더욱 좋다는 기사를 보았기에 10시쯤 남산을 걸어내려가 서울로를 걸었다.  오랜만에 서울 도심을 활보했다.  한시간 넘게 걸었더니 돌아가기가 겁난다.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신랑이 끙끙 앓는다.  일요일 비니지스 골프를 새벽부터 다녀오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또 몇달만의 운동으로 근육들이 놀래 엄청 분기를 내뿜는 중인가 보다.  나도 어째 어제부터 목이 따끔거리는게 감기가 오려나보다.  괜히 아침 일찍 수영을 했나.  아님 냉방병인가.  조식후 3시까지 신랑은 침대에서 나오질 않는다.  에어컨도 끄고 나는 침대옆 책상에서 독서토론 주제도서를 읽는다.  북 원더러가 되려는지 책이 있는 북까페, 서점 등을 찾아 가는 것이 즐겁다.  한강진역 블루스퀘어에 인문,과학 서적 위주의 북파크가 있다는 걸 보고 들러야겠다고 맘 먹었다. 신랑도 나도 냉방에 민간해진 좀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지만 방문했다.  넓고 여유로운 내부 그러나 너무 춥다.  그래도 한시간여 둘러본 후<내몸공부><펜끝 기행><일요일 오후 갤러리 산책>등 세권의 책과 신랑 노트북 가방 등을 구입했다.   점심은 거르고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후 신랑은 업무상 통화로 씩씩거리다 침대에 누워버렸다.   사온 책들을 훑어가며 읽다가 나도 자리에 누웠다.




  오늘은 수영을 건너띄어야 겠다.  조식 풍경도 스케치 좀 하려고 하면 어제보다는 일찍 식당에 내려가야겠다.   속 울렁거림은 좀 있지만 신랑 컨디션은 좀 나아진 듯 하다.  나는 감기 옴팡 걸렸다.  어제 밤에 유자차를 사와 연거푸 2잔을 끓여 마시고 잤지만, 목의 통증이 오늘 확실히 느껴진다.  조식을 먹고 신랑은 다시 컴으로 일하고 난 한켠에서  룸 스케치.  한 시간후 체크아웃해야 한다.  서둘러 짐을 꾸리고 나은다.  야외 풀에서 수영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신랑에게서 보인다.  광알러지가 있는 내게 한낮 수영은 고역이다.  나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스케치도 하며 여유를 부려보련다.  두시간여 후 덥고 지친다.  실내 로비로 들어와 신랑은 또 컴으로 뭔가를 작성하고 나는 로비 소파에 풀썩.  스케치도 힘들다.  3시쯤 제주음식전문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집이 최고구나.  감기몸살기가 온 몸을 감싼다.  신랑은 회사로 나는 바로 거실소파에 누워버렸다. 



  2박 3일 짧은, 여행이라 할 수 없는 그러나 일상에서 벗어난 짧은 일탈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신랑의 일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였지만, 늘 머물던 공간을 벗어나 조금은 낯선 환경에서 보내다 온 3일이 그런대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생강차와 코코넛 오일 첨가한 유자차를 번갈아가며 콧물 훌쩍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난 여전히 휴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