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를 읽고서,

줌마시민 2017. 4. 1. 23:51

2005,6년 부동산 열풍이 또 다시 불고 있었다. 나도 내집마련의 꿈을 넘어 부동산 재테크에 뛰어들겠다고 관련책만 10여권을 찾아 읽으며 지리적 탐색도 시작하였다. 또한 펀드 열풍으로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신흥시장에 투자) 펀드, 원자재 펀드 등 다양한 펀드에 많지 않은 금액이나마 투자하고 그 나라들의 경제상황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였다. 안정적이고 높은 이율을 보장하던 증권사의 말과는 달리 겨우 보통예금이자를 선회하거나 원금보전도 쉽지 않는 펀드들이 생겼다. 글로벌화하는 세상에서 다른 나라의 상황이 내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정에서 정당한 검역주권을 주장하는 촛불집회에 나름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무리가 되었는지 급성 신우염으로 시작 나에게 신체적 위기가 찾아온 그때.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같이 책을 읽는 모임을 시작하였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물질적 풍요로, 식탐으로 인한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현실. 수 많은 원인중 하나로 옥수수, 밀 등 원자재의 투기가 있었다. 전 세계 생산량은 충분히 지구인들을 먹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데, 분배시스템의 문제가 있었다. 소고기 소비의 증가로 환경문제 뿐 아니라 풀을 먹는 소들이 옥수수를 전 세계 생산량의 1/4을 먹어치우고 정작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은 굶어죽는 현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비참한 현실을 내가 투자한 원자재 펀드가 간접적으로나마 돕고 있었다. 나와 세계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었다. 유산과 몇 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의 실패를 겪으며 우연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NGO를 발견하고 소액이나마 기부를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때 나에게도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다소 불순한 의도였다.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기아 문제에 도움을 준다고 하면서 나의 펀드 수익률은 주요 농산물의 투기세력들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당장 모든 펀드를 해지하고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만 뒤처지지 않으려고 동참했던 재테크 열풍에서 빠져 나왔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나와 세계>에서 개인과 국가를 넘어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 일찍이 <..>에서 지리적 요인을 국가간 불평등의 원인으로 파악하였다. 그에 더하여 제도적 요인 또한 한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천연자원의 저주라는 말처럼 풍부한 자원매장이 결코 부를 확신할 수 없다. 내란과 분리독립운동으로 나라가 안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의 불평등 문제는 이민, 테러 등을 양산하고 이웃나라의 문제가 더 이상 남의 나라문제로만 여겨질 상황이 아니다.

 

너무 많은 인구, 대다수 선진국들에서 개인의 에너지 대량소비로 인한 환경파괴와 점차 온난화 되어가는 지구의 기후변화는 부의 불평등 문제와 함께 세계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이다. 연일 미세먼지로 청명한 날을 보기 힘들어진 이 즈음. 원인의 반 이상을 제공하고 있는 중국의 사막지역이나 공업지대에 대한 문제를 중국 당국에만 맡길 수 없다.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굳이 SNS를 하거나 다른 나라와의 직접적 교류가 없더라도 우리의 삶은 범지구적 삶의 거미줄 속에 직,간접적으로 묶여있다. 나비효과처럼 별 생각없는 나의 소소한 행동이 이웃을 넘어 물리적 거리가 먼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사회는 점점 부유해지는 경향을 띤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말대로 부의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물질적 풍요는 발전하였으나 우리의 고민은 시대가 흘러도 그대로이며 국가적, 지구적 위기가 나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좀 더 긴밀해지는 지구환경속에서 선택적 변화가 나와 국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지구적 변화에 대응하는 개인의 자세로 에너지소비의 감소를 주문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도 열역학 제1법칙과 2법칙을 이용하여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1법칙), 우주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2법칙).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질서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 에너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여기서 벌금은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엔트로피이다.”라고 말하며 저엔트로피 사회를 지향할 것을 주장하였다.

 

삶에서의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위험, 단번에 많은 사람을 죽이는 위험을 우리는 과대평가합니다. ... 한편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위험, 우리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거나 받아들이는 위험은 과소평가됩니다.”라며 저자는 건설적 편집증을 강조한다. 나의 위험뿐 아니라 지구적 위험에 대처하는 나의 행동에도 건설적 편집증이 필요하다. 겨우 나 하나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와 세계를 생각할 때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선택, 과소평가되는 나의 행동 즉 철저한 재활용분리, 1회용품 사용 자제, 좀 비싸더라도 친환경. 근거리 배송 물품 이용, 공정무역을 통한 상품 구매 등이 답이 될 것이다.

 

부제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이 붙어 있어 어떤 거대한 담론을 기대했으나 부의 불평등 문제부터 시작하는 책의 내용은 <..>에서의 기시감을 확인시켜 주었고 질문에 대한 논의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끝난 느낌이었다. 이전 책에서 저자가 주장했던 바를 쉽고 평이하게 요약한 듯한 책의 내용 덕분에 가독성은 좋았으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국가, 세계의 연결관계를 생각해 보고 다시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