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읽다.

줌마시민 2024. 1. 29. 22:58

자동화와 지능화가 출현시킨 핵개인의 시대를 읽다.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주위에서 MZ세대 얘기들을 종종 듣는다. 베이버 부머세대, 386, 486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 그동안 여러 기존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세대들이 등장하였다. 그 세대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적응하는 여러 상황들이 있어왔다. MZ세대가 특이한 세대가 아니라 시대가 변한 것이라고 저자 송길영님은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장마철 날씨예보를 듣지도 않고 나갔다가 낭패가 없도록 현 시대의 진단을 바탕으로 한 시대예보로 지금 그리고 미래의 삶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책의 제목에서 느꼈다.

 

장별 제목과 소제목의 분류는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이야기하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채용에서 인재영입으로, 임직원이 아닌 구성원. 기존의 기업문화에서 이제 회사는 플랫폼 프로바이더로 구성원은 컨텐츠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핵개인의 시대에 부모자식과의 관계부터 지식의 전달방식, 흐름, 사회구조내 위계 질서 등 모든 것이 새롭게 재편된다는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각자도생의 삶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엄청난 데이터의 축적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선배들의 경험이 아닌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의 시대에 가족과 천륜의 기존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지만 연대의 필요성은 커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GitHub)를 통해서 협업하고 자기의 이력을 관리해 나간다. 배려와 의무로 여겨지던 부모, 형제에 대한 가족의 돌봄은 새로운 가치체계하에 재설정된다.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는 바로 그 과정이자 결과물이다.

 

이 책의 타깃층을 작가는 어떻게 설정해 놓았을까.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했던 전체주의의 냄새가 스멀스멀 풍기는 시대를 겪었던 중장년층에게 시대가 변화했으니 이제 예보를 제대로 보고, 듣고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경고메세지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핵개인의 역량강화가 어떻게 협업으로 진행되어 결과물의 성취를 이루어내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두루뭉술하다. 상대적으로 IT기반 컴퓨터 능력이 뒤처지는 세대에게 조금 더 확실한 예시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시대예보라는 제목처럼 날씨예보는 예보에서 끝나지 변화된 날씨나 환경의 원인과 대처방안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고, 실질적인 실행서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그동안 여러 영상매체를 통해서 저자의 전문적인 데이터를 기반한 혜안에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유려한 그의 말 솜씨에 반해서 책이라는 매체에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논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영상매체에서 보고 들었던 저자의 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시대진단에서 예보로 넘어가기 위한 거의 중간부분까지의 빌드업이 조금 지루하다. 지금까지 저자를 포함한 그 연령대 삶의 여정을 반추하고 문제점들을 요약해 주는 데 뭔가 생각지 못한 날카로운 지적은 안 보인다. 1/4이 넘어가고 3/4부분 정도에서 핵개인의 시대 진단과 예보는 역시 예상은 했지만 IT기술에 기반한 일에 대한 설명이어서 보다 더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에 대한 견해의 아쉬움이 남는다. 변화하고 있는 핵개인들(저자의 지인들)의 사례들은 조금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는데 다만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플랫폼들과 사이트들의 언급에서 검색을 하며 몰랐던 사실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인간이 삶의 유효성을 가지는 길은 고유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전에는 창조성이 우리 인간의 고유영역이라 여겼지만 이미 인공지능이 놀라운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개인의 서사가 중요해진다. 예술계에서 거장을 일컬을 때 특정 장르의 최고라 말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가 장르다라는 말을 한다. 이제 모든 이들이 각자의 장르를 갖추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장르이다. 부리가 있는데 헤험을 치고, 알을 낳는데 젖을 먹이는 오리너구리가 기존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 오리너구리과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