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삶을 누려야 할 이유

줌마시민 2016. 6. 21. 10:11

  커튼의 두꺼운 재질감을 뚫고 스며든 햇빛에 눈을 살포시 뜬다.  양쪽 손가락들을 움직여 본다.  엄지와 검지는 자연스럽지만 그 다음 손가락들은 역시 여느때처럼 구부리기 힘들다.  천천히 움직여가며 30여분~1시간정도 시간이 흐르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좀 편해진다.  그래도 겨울보다 훨씬 나아져서 혈액순환의 영향일까 생각해본다.

 

  눈을 뜬 후 침대에서 바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제대로 설 수 있다는 것.  기상후 온 몸이 굳어있거나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  작년을 생각하면 감사하기만 하다.  지금의 치료방법인 생물학 주사제제를 빨리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서두르는 맘은 별개로.  그래도 드문드문 30여분 한 자세로 유지한 후 굳어지는 관절들에 자꾸 그렇지 않았던 때를 그리워 한다.  햇빛이 강해지는 만큼 봄부터 기지개를 폈던 내 몸의 백반의 꽂들은 안개처럼 피어오르다 확실히 또 자리를 잡아간다.  가끔씩 밀려드는 우울감은 어쩔 수 없다.  억지로 밀어내려 하면 오히려 역작용이 생긴다. 

 

  창밖 짙푸른 녹음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나의 고민들은 사그라 들고 마룬5의 신나는 음악을 틀고 이리저리 몸음 흔들다 보면 삶의 고마움을 다시 느낀다.  계절별로 월별로 어쩜 그리도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이 새로운 옷을 갈아 입는지 그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을 향유하여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자주 앓던 포도막염의 후유증으로 심한 안구건조증에 알러지 결막염에 나의 눈은 후두부까지 둔기로 내리친 듯, 찌르듯이 통증 아니면 간지러움에 하루도 거의 편할 때가 없지만 세상에 읽고 싶은 책은 또 왜 이리도 많은지.  그 책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슬퍼 삶을 건강하게 지속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