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용하지 않으면 삭아버린다.

  동대문 쇼핑몰에서 7년전 제법 트랜디한 가죽 자켓을 샀다.  천연가죽은 아니고 합성피혁제품이다.  허리라인이 있는 부분의 지퍼를 굳이 잠글 필요가 없어 다소 타이트한 사이즈의 예쁜 자켓.  옷태가 나는 몸을 만들고서 입자 하던 것이 7년이 지났다.  몸은 그대로 아니 더 나잇살이 붙었지만 7년만에 꺼내들었다.  입고 모임을 갔다.  모임장소에서 옷을 벗는 순간 헉! 분명히 새 것 그대로였는데.. 팔소매와 옆구리 선을 따라 너덜너덜 겉감의 피혁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이건 뭐 쓰레기통에서 막 건져올린 옷도 아니고..집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펴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이틀 후 역시 비슷한 해에 샀던 가방이 생각났다.  쎄무에 손잡이와 팔걸이 끈과 장식이 합성피혁으로 만들어진 가방이다.  좀 색다르게 연출하고픈 맘에 입을 옷과 매칭시키며 궁리중에 오랜만에 가방을 꺼냈다.  옷장속에서 봤을 때는 멀쩡하더니 꺼내는데 후두둑 가루들이 떨어진다.  역시 삭았나 보다 손을 댈 때마다 겉감의 합성피혁이 논바닥 갈라지듯 갈라지며 가루로 흩날린다. 


  열심히 입고 사용해야 했을 것을.  아낀다고 놔두었나? 다른 물건들에 우선순위에서 뒤쳐져 방치했나?  사물이든 사람이든 사용해야 한다.  육체든 정신이든 써야 한다.  저축한다고 복리로 이자가 쌓여 원리금이 커지는 경우는 없다. 


  봄부터 공막염에 결막염, 포도막염을 종합선물셋트로 앓으면서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다.   삶의 즐거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책읽기와 드로잉,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나.  왜 하필 합병증이 눈으로 자주 오나.  피곤하거나 눈을 좀 사용했다 싶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합병증때문에 다른 것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수 있을텐데..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이라고 어느 작가는 말했다.  산책자의 몽상을 이어가며 그냥 게으르게 나아가야겠다.  그렇지만 나태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