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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7일 오전 11:36

비는 새벽에 그쳤다. 아침에 언뜻 보니 안방 베란다에 한바탕 물바가지로 들이부은 듯 바닥이 흥건하다. 소음 문제로 이사날부터 언쟁이 있었는데, 또 윗집인가.
"내 집에서 내 맘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하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던 기세에 웬만하면 말을 섞고 싶지 않다. 발에 힘을 주고 걷는 듯 때로 뛰는 듯 울림과 가구 미는
소리는 수시로 들린다. 사실 비싼 집에 살고 있으며 윗집이나 아랫집이 싸울일은 없어야 되는데.. 시공사의 잘못 아닌가. 생활소음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놓다니. 난해한 현대음악이다 여기며 스트레스 안 받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인터폰을 든다. "혹시 안방 베란다 쪽 물청소 하시나요?" "아니요"
"저희집 베란다에 물이 들어쳐서요. 바닥도 흥건해지고" "비때문이겠죠"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물청소는 아니더라도 물을 쏟은 건 틀립없다. 다른 창들은 말끔한데.
갱년기 때문인지 열이 나서 새벽에 창을 열어놓은 후 조금 전까지도 깨끗했는데.. '그냥 닦자' 더이상 묻지 않고 알았다고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남편은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 단답형으로. 물청소아닌 다른 것을 했겠지. 그렇게만 물어보면 어떻게 해?" 이 정도로 윗집도 약간의 경각심이 생겼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따지
려는 게 아니라 일종의 환기로 전화한거야. 됐어. 큰 일은 아니야."

발걸음에 힘을 주고 걷는 듯 쿵쿵 울림도, 수시로 들리는 가구 끄는 소리도 난해한 현대음악이다 여기며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남편에게 말은 별일 아니라 말하
면서도 짜증이 나서 청정해진 대기상태를 기회로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까페에서 오랜만에 글을 쓴다. 18년은 주사제도 끊고 여행도 하고 여러 알찬 계획들을 세웠는데..
골다공증에 가까운 낮은 골밀도 검사 결과와 주사제 중단 감행을 했다가 밀려오는 통증에 포기하고 연이어 상공막염부터 포도막염, 결막염까지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 있다. 후후 내가 가는 길에 걸리적 거리는 이런 것들을 싸악 정리하고자 만보걷기며 노력했는데.. 부질없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