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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며, 나쁘다고 다 나쁜것은 아니니..

마루바닥으로 스며드는 빛은 따스하고 환하기만 한데, 바깥공기는 뿌옇다.  외부활동을 줄이고 오랜만에 여유를 가져본다.  경제적 필요성으로 하는 활동도 아니건만 뭔가 배우고 소통하고 자극되는 행위가 좋아 나의 컨디션에 비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지난 수요일 길담모임을 끝내고 강동 경희대로 강척 정기 진료를 갔다.  일이주전부터 왼쪽 옆구리로 담 결린듯 불편하고 골반쪽도 약간의 통증이 느껴져 좀 불안하기는 했다.  워낙 염증수치가(ESR 5~8, CRP 0.1,2) 잘 유지되는 편이어서 주사치료 중단하는 것을 주치의 샘도 고려했던 것 같다.  결과는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거의 이전에 비애

10배로 올랐다.  최근 여러 모임에 의욕적으로 참석한 것이 화를 키웠나 싶다.  진료 열흘전 토,일, 월, 화, 수 연일 행군이었다.  과학공부모임, 독서토론모임, 일본어, 글쓰기, 영어원서모임까지 그 주 토요일은 드로잉까지.  이제 다 나았다 싶었나 왜 그리 욕심을 부렸던지.  심장이 뜨거워지는 열정도 정도를 넘어서면 병이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30분을 넘어서면 허리와 등이 뻐근해지며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애써 외면했다.   스트레칭을 하면 나아지겠지.  순간순간 강직성 척추염 환자인 것을, 진통제 약으로 통제가 안되어 여전히 주사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는 한다.  굳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늘 상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증세가 좀 나아졌다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되는 것을. 


어제 글쓰기 모임 후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의 첫 에세를 책방에서 구입했다.  작가의 그림과 어울어지는 짧은 에세이들의 묶음이다.  언젠가는 나도 내가 그린 그림에 소소하지만 울림이 있는 글을 써 보고 싶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총 3부로 이루어졌는데 3부 '어른의 꿈도 진행중'이라는 부제가 더욱 끌려서 단숨에 읽어 버렸다.  작가이기에 앞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생활인으로서의 애환이 보이는 글이기에 공감이 컸다.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지나온 시간으로 단단해진 현재 새로운 꿈으로 설레이는 작가의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여전히 작가는 흔들리고 고민한다.  그런 점이 오히려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요즘 이렇게 작품이 아닌 작가들의 솔직한 글들이 끌린다.

나와는 다른 특별함과 비범함이 그들에게는 있을거라고 나와 같은 평범함이 도달하지 못할 그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을 깨뜨려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에는 그 누구에게라도 평탄한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문제의 유형은 달라도 풀리 어려운 지독한 문제들이 놓여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뿌연 대기가 답답함을 안겨주지만, 오롯이 집안에서의 안락함을 향유할 기회를 주고 있다고 내 맘을 설득한다.